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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대야산 산행기

겨울의 꼬리가 왜 이리 긴 걸까?

3월이 중반을 넘었건만 날씨는 아직도 봄기운을 느끼지 못하게 하니.

주중에도 큰 눈을 한번 뿌리고, 흐린 날씨가 이어지면서 새봄 같지 않는 날씨 탓에 겨우내 움추렸던 몸을 펴질 못하니......

어쨌거나 상큼한 새봄의 기운을 느껴보려고 산행을 계획했다가 좋은 날씨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란 염려 때문에

주중 내내 날씨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기온마저 예년에 비해 낮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토요일에도 비소식과 함께 강한 바람과 황사까지 예보되어 있었으니......

그나마 일요일에는 비교적 맑은 날씨에 황사가 대부분 빠져나가 청명한 하늘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었다.

 21일 아침 예정된 시간보다 이른 8시30분에 집을 나서면서 김밥집에 들러 김밥을 준비하고

예정된 도로를 따라 대야산으로 차를 출발시켰다.

혼자서였다. 그랬는데 전화가 왔다.

누굴까? ㄱ씨였다.

같은 지역에 살면서도 참석 여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던 터라 예상치 못한 전화였다.

일단 동행이 생겼으니 혼자서 가는 외로움은 피할 수 있었다.

첫 대면이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 받으면서 핸들을 이리저리 틀다보니 대야산 초입의 고개에 닿았다.

교통량이 많지 않고 응달진 고개라 모래는 뿌려져 있었지만 도로에 얼음판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속도를 줄여 고개를 넘은 후 벌바위 용추계곡 주차장에 차를 대었다.

휴양림에 묵고 있을 ㄴ씨에게 전화를 하여 도착을 알렸더니 ㄷ씨가 전화를 건네받았다.

그곳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차를 더 진행시켜 그곳에 다다르니 ㄷ씨가 마중을 나와 주었다.

휴양림 숙소 주차장에 차를 대고서 나와 ㄱ씨는 하차하여 숙소로 안내되었다.

2년전 이곳에 왔을 땐 짓고 있던 건물인데, 관리소와 숙박시설로 아담하게 꾸며져 있었다.

숙소에 도착하니 어제 도착하여 1박을 하고 있던 여러분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서로 인사를 주고 받으면서 자리에 앉았다.

아침식사를 위해 상이 차려져 있었다.

ㄱ씨와 난 아침을 먹고 출발했으니 밥은 사양하고 술잔만 받았다.

난 핸들을 잡아야 하는지라 입술에 한 모금만 축이고 ㄱ씨에게 잔을 넘겼다.

화기애애하게 서로 얘기를 주고 받던 중 충주에서 출발한 ㄹ씨가 도착했다.

우리는 잠시 더 이야기를 나누다 여덟 명이 산행을 하기로 했다.

ㄷ씨 내외와 ㄱ씨는 후방지원조로 숙소에 남고 8인은 11시쯤 산행에 나섰다.

모처럼 구름도 없고 황사도 물러가 날씨가 화창했고 바람도 그다지 불지 않았다.

기온이 조금 낮은 것 빼고는 등산에 최적이었다.

숙소를 출발하여 문경8경의 하나인, 바위가 항아리 모양으로 패인 소 용추를 지나 골짜기를 타고 산행을 시작했다.

능선이 막아서인지 바람도 별로 없었다.

올해는 강설량도 많았고 비도 잦아 골짜기의 수량이 풍부했고 물도 아주 맑았다.

우리 8인 외엔 등산객도 별로 없었다.

산책하듯 하면서 월영대에서 피아골을 지나 능선에 오르니 바람은 조금 불었다.

늦은 봄이었다면 땀이 배어 바람이 시원했겠지만, 낮은 기온 탓에 조금 추위를 느꼈다.

능선을 타면서 고도가 높아지자 바람이 거세졌다.

응달진 능선이라 잔설도 남아 있었다.

3명은 앞서가고 있었고 후미에 한두 명이 뒤따라 왔다.

어느 정도 정상 가까이 다다랐을 때 암벽이 앞을 막아섰다.

밧줄이 매어져 있었다.그러나 응달지고 낮은 기온 탓에 암벽이 얼어붙어 발 디딜 곳을 찾기 어려웠다.

ㅁ씨는 소주를 조금 마시고 산행을 한지라 얼굴이 상기되어 등정을 포기하고 ㅇ씨와 ㄹ씨도 돌아섰다.

여성인 ㅈ씨도 몇 발치 아래까지 따라 왔으나 여의치 않은 듯 했다.

앞서간 ㅊ씨, ㅌ씨, ㅋ씨 등 3명은 어디를 디디고 올라섰는지 이미 시야에선 사라졌다.

최종적으로 ㅈ씨가 등정을 포기하는 걸 보고 나는 앞서간 3명을 따라 마지막으로 암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밧줄은 손이 시릴 정도로 차가웠고, 바람은 세차게 불었다.

얼어붙은 바위에서 발 디딜 곳을 찾기 어려웠다.

제작년에 왔을 때는 진달래가 만발했던 4월이어서인지 밧줄만 잡으면 암벽에 등산화가 짝 달라붙어 쉬 오르던 곳인데

이날은 도무지 오를 수가 없었다.

겨우 한 발을 내딛고 몸을 지지하여 또 한발을 내디딜라 치면 미끄러지고......

그러기를 반복하다 겨우 올라서면 또다른 암벽이 막아서고......

이러한 암벽이 서너 군데다.

악전고투 끝에 마침내 정상에 다다르니 먼저 오른 3명은 등정 기념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나를 포함해 이렇게 4명이 정상에 섰다.

이젠 하산길이 걱정이었다.

다른 코스로 돌아갈까? 밀재 쪽으로?

약간을 망설이다 온 길을 되돌아 하산하기로 했다.

한 사람씩 조심조심 내려섰다. 한 사람 내려서면 그 다음 사람.

내가 마지막으로 내려서면서 4명의 공격지원조가 등정을 포기한 그 지점까지 다다르자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다.이들 4

명과 중간에서 합류하여 점심 도시락을 먹고 하산을 시작했다.

후방지원조 3명과 합류한 후 문경온천으로 이동하여 뒷풀이 회식하는 것으로 이날 산행을 무사히 마쳤다.

반가운 만남이었고 즐거운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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