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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나는 벚꽃이 싫다

 

봄이 오면 생각나는 꽃이 벚꽃이다.

물론 벚꽃만 생각나는 건 아니지만 우선 떠오르는 꽃이 벚꽃이란 말이다.

잎이 나기 전에 꽃이 먼저 흐드러지게 피고 밤에는 불빛에 어둠과 대조를 이뤄 하얗게  모습을 드러내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꽃이다. 

청춘남녀는 말할 것 없고.......

어느 꽃인들 미운 꽃이 있을까마는, 실은 나도 이 꽃이 싫지는 않다. 

아니 내가 싫어하는 꽃은 따로 있다.

호박꽃이냐고? 아니다.

나는 농촌 들녁이나 밭두렁에 피는 여름철 호박꽃도 좋다.

종 모양의 노랑 빛깔 그 꽃이 좋다.

꽃 지고 맺히는 호박으로 만드는 반찬도 좋고.

그럼, 무슨 꽃이냐고?

목련꽃이다.

목련꽃을 예찬한 노래는 많지만서도, 나는 목련꽃만은 정말 싫어한다.

잎이 나기 전에 피는 점에서 벚꽃이나 개나리와 같지만 꽃은 싫다.

하얀 목련은 그나마 꽃잎을 조금 내밀기 시작할 때부터 활짝 피기 전까지는 보아줄 만하다.

그러나 자목련은 그것도 아니다.

꽃잎을 조금 내민 그때도 빛깔이 곱지 않아 추해 보인다.

잎이 벌어지기 시작하면 이 때부터는 그 추함이 극에 달한다. 백목련도 다르지 않다.

늘어진 꽃잎이 마치 미친 여인의 치맛자락 같다고나 할까.

개화기간은 짧지만 얼른 저버려라 하고 바랄 정도이니.

땅 위에 나뒹구는 시커먼 꽃잎은 더 말해 무엇할까.

 

벚꽃이 그러하지는 않다.

그러나 꽃잎은 백목련처럼 아주 하얀 것도 아니요, 복사꽃처럼 분홍빛도 아니다.

낮에 보아서는 그리 아름다운 꽃은 아니다.

다만 밤에는 그렇지 않다. 화사한 꽃이다.

어둠에 색깔이 묻히고 은은한 불빛을 받아야 비로소 아름다운 꽃이다.

다소 쌀쌀한 봄밤에 보아야만 좋아지는 꽃이다.

이것이 내가 별로 이 꽃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다.

이유는 하나가 또 있다.

개화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

좀 보아줄만 하면 지기 시작한다.

바람 불고 봄비라도 뿌리면 어느새 땅 위에 뒹굴고 만다.

그럴 걸 뭐하러 꽃을 피우나.

버찌를 맺으려고?

그렇다. 이것이다. 꽃을 피운 이유가.

과일 같지도 않은 과일, 앵두만도 못한 조그만 맛없는 과일을 맺으려고.

 

왜 이 꽃에 많은 사람들이 그리 열광하는가.

이것도 벚꽃이 싫은 이유다.

벚꽃은 일본의 나라꽃이다.

일본 하면 그리 좋은 인상은 들지 않는다.

35년 일제 식민 지배의 반성도 없는 그들.

역사적으로나 실효적 지배로 명백히 우리 땅인 독도를 제 나라 땅이라고 하는 그들.

심심하면 망언으로 겨레를 아프게 하는 그들.

벚꽃 하면 그들이 떠오른다.

일본 나라꽃인 벚꽃.

왜 그들의 꽃에 그리 열광하는가.

이것이 진짜 내가 벚꽃을 싫어하는 이유다.

 

우리 나라꽃 무궁화.

무궁화에 이리 열광하는 사람이 있는가?

다른 사람이 열광하지 않아도 나는 무궁화가 좋다.

우선 긴 개화시기가 마음에 든다.

6월말부터 피기 시작해 10월말까지 장장 100여일 동안 꽃을 피운다.

오늘 못보면 내일이고 그 다음날이고 아무 때나 볼 수가 있다.

마른 가지가 아닌 물오른 무궁화는 구부러질지언정 잘 꺾이지도 않는다. 

끈기와 불굴이다. 이것이 좋다.

 

꽃도 아름답다.

초록의 선명한 잎 사이로 분홍색 꽃을 피운다.

다섯 꽃잎 중앙에 꽃대가 우뚝하니 솟고 꽃도 크다.

꽃은 날마다 새로운 꽃이다.

아침에 피어 저녁에 시들면 어김없이 다음날 땅 위에 꽃을 떨군다.

목련처럼 지저분하게 가지에 붙어 있지 않는다.

벚꽃처럼 비바람에 맥없이 한꺼번에 꽃잎을 날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빗방울에 더욱 청초하게 빛난다.

빗방울 맺힌 꽃은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품종도 다양하다.

이것이 좋다.

이것이 내가 무궁화꽃에 열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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