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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한겨레'에 실린 어느 종교인의 글에 대하여

<한겨레> '삶의 창'에 실린 어느 종교인의 글(참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44482.html)에 대하여 메일(http://blog.daum.net/deseora/187)을 보내고 나서 7월 4일 <한겨레>'시민편집인실'로부터 답장을 받았다.

 

'시민편집인실'은 답변에서 '삶의 창'에 실린 호인수 사제의 글은 에세이 성격의 주말 칼럼으로, 삶의 단면에서 우러나는 잔잔한 울림을 전하기 위한 것이며, 5월까지는 '법인'이라는 중(승려)도 필진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시민편집인실'은 호인수 사제가 글 말미에서 "각 종단에서 선전하는 신자수의 허구성과, 그 허수로 교세를 포장해서 부와 권력을 누리려는 교회의 작태를 고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사회문제화되는 교회권력을 꼬집기 위한 글로 판단되어 이 글을 싣게 되었다고 해명했다.

 

나는 여기에 동의할 수 없다. 이 칼럼의 성격이 그러하다면 더욱더 호인수 사제의 글 내용은 칼럼의 방향과 맞지 않다고 본다. 잔잔한 감동은 커녕 종교적 구호 외에는 별반 내용도 없고, 칼럼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에 나는 다음과 같이 답장메일을 보냈다.

 

 

 

종교인이 글이나 칼럼을 쓸 수는 있다고 봅니다. 다만 종교적인 색깔이 짙게 묻어나거나 호교론적인 글이 아닌 무난한 글, 시각에 따라 다소 의견이 다를 수는 있어도 일반 시민이나 국민의 입장에서, 한겨레적 시각에 맞는 진보적인 생각이나 의견, 삶을 돌아보게 하는 글 등을 쓸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제가 지적한 호인수 사제의 글은 이런 글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삶의 창>에는 어울리지 않는 글, 별반 의미를 찾기 힘든 그런 글이었습니다. 그의 글이 대체로 그렇기도 하구요. 잔잔한 울림은 커녕 불편하기만 했습니다. 교회권력의 허세를 비판한 글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우리 나라에선 종교직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뭔가 남보다 도덕적이고 품위 있는 삶을 사는 것처럼 여기는 경향이 아주 많습니다. 저는 이러한 생각에 크게 반대합니다. 종교가 도덕적이지는 않습니다. 종교에서 도덕이 나온 것이 아니고, 종교에서 삶의 지혜가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종교인이 도덕적일 거라는 편견은 버려야 합니다. 종교에서 도덕이 나온 것이 아니라 반대로 도덕이 종교로 흘러들어간 것이라고 봅니다. 종교가 이나마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까닭도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종교는 애초부터 도덕적이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수많은 갈등의 기저에는 종교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종교의 교리는 허구적이고 기만적이며, 혹세무민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애초 미신이 그 출발이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뿌리인 유대교, 가톨릭, 개신교, 이슬람, 거기서 분파한 수많은 개신교파와 시아파니 수니파니 하는 이슬람교파, 또 여기서 파생된 수많은 교파 등, 근래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나 국내 구원파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도 그 까닭입니다.

 

정통교단에서는 이들을 이단이라 하겠지만, 누가 정통이라는 것입니까? 개신교단은 가톨릭의 이단 아닙니까? 가톨릭은 (서구) 백성들을 혹세무민하며 면죄부 팔아먹던 집단 아닙니까? 뿌리가 같은데, 이제 선한 얼굴을 하고 정신적 지도자를 자처하나요?

 

폭력의 근저에 종교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종교가 도덕교사일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애초부터 종교가 없었다면 이 세상의 갈등은 크게 줄었을 것입니다. 뿌리는 다르지만, 불교도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종교인 중에 선한 사람이 있지만은, 그가 종교인이어서 선한 게 아니라 종교에 관계 없이 선한 사람일 뿐입니다. "종교가 있든 없든 선한 일을 하는 좋은 사람과 악한 일을 하는 나쁜 사람이 있는 법이다. 그러나 좋은 사람이 악한 일을 하려면 종교가 필요하다"고 한 스티븐 와인버그의 명언이 이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죠. 어쩌면 좋은 사람이었을지 모를 자살폭탄 이슬람전사나 유병언도 종교에 속았거나 종교를 이용해 사욕을 채운 것입니다. 미신의 종교는 지적인 면에서도 해롭지만, 도덕적인 면에서는 더욱 해롭습니다.

 

앞으로 종교인의 글을 실을 때 이 점을 유념해 주시기 부탁합니다. 허황하고 미신적인 종교교리나 구호를 드러내거나 종교 선전지에나 실릴 정도로 편향된 의미없는 글이 한겨레 지면에 올라오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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