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
종교의 자유에는 종교 선택의 자유, 종교 선전의 자유, 종교 의식의 자유 등이 있겠는데, 이에 우선하는 자유로 종교 거부의 자유가 있겠다. 이것은 종교를 믿기 이전에 종교를 반대하고 거부할 수 있는 원초적인 자유다. 마치 비흡연자의 혐연권과 같이 종교 선전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뜻한다. 혐교권이라고나 할까? 무차별적으로 담배연기에 노출되는 것으로부터 비흡연자가 보호되어야 하는 것처럼, 무차별적으로 선전되는 종교로부터 무신론자나 반종교인은 보호를 받아야 마땅하다. 공공기관이나 교육기관에서는 특정 종교를 옹호하거나 선전하는 일체의 행위를 할 수 없다. 공적으로 특정 종교에 대하여 호의적으로 발언하거나 우호적인 의견을 피력한다면 이는 종교의 자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그러면 종교의 선전에 전파를 이용하는 것은 어떠할까?
전파는 한정된 자원으로서, 사적으로 소유할 수 없는 공공재이다. 그러므로 전파는 공익의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할 것인데, 이것이 특정 종교의 선전에 이용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전파를 이용해 미신적인 교리를 선전하는 행위가 과연 옳은 것인가? 아니다. 어느 종교는 전파를 이용하여 선교를 하고 어느 종교는 그러하지 못하다면 이는 평등권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종교는 크게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로 4분된다. 기독교는 다시 개신교와 천주교로 구분된다. 이 두 종교는 경전이 같고 믿는 신도 같지만, 대체로 같은 종교로 보지 않는다. 불교도 원불교와는 구분된다. 그리고 우리나라 소수 종교로 천도교와 대순진리회, 증산도 등이 있고, 드물지만 동남아 근로자의 유입과 함께 이슬람교 신자도 느는 추세다.
여기서 전파를 독점적으로 배정받아 선교활동을 하는 종교로는 개신교(기독교방송, 극동방송)와 천주교(평화방송), 불교(불교방송), 원불교(원음방송)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슬람교를 비롯한 그외의 종교는 전파를 배정받지 못하였다. 무신론과 반종교를 표방한 공중파 방송도 없다. 종교는 한정된 것이 아니며,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 물론 기존 종교 측에서는 신생 종교를 사이비로 몰 것이 분명하지만, 어찌 보면 기존 종교라는 것도 그 이전 종교의 입장에서 보면 사이비임은 물론이다. 이를 역설적으로 보여 주는 종교가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교(FSM교)'다. 기독교의 교리를 조롱한 패러디 종교지만, 이 종교도 교리와 교회를 가지고 있어서, 이를 신앙하는 신도들도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특정된 몇몇 종교에게만 허용된 선교방송이 평등권과 원초적인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음은 자명해진다. 이들 종교라고 선교방송을 가지지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종교의 자유는 양심의 자유에 포함되는 내면의 자유다. 즉 내면의 강제를 받지 않을 자유다. 그래서 사적인 영역에서 교회나 절 등을 설립해서 운영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어서, 허용할 수밖에 없다. 또 거리에서 선교활동을 펴는 것도 공공질서에 위배되지 않고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면 허용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공재인 전파를 특정 종교나 종파가 사실상 독점하고, 이를 이용해 선교활동을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으며, 위헌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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