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사회

문재인 변호사님, ‘운명’입니다 [펌]

문재인 변호사님, ‘운명’입니다
국민과 노무현 대통령의 염원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1-04-30)


억새풀이 무성하고 온갖 잡석이 깔린 땅을 옥토로 만들기란 참 어렵습니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일일이 풀을 뽑고 자갈을 골라내고 똥통을 져다 부어 기름진 땅으로 만들었습니다. 그 고생 얼마나 심했는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불도저로 확 밀어 버리고 인조비료 퍼부으면 간단히 정리되죠.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닙니다. 5·16쿠데타가 일어난 후 군부는 깡패들을 잡아다가 잔등에 ‘나는 깡패입니다’ 써 붙이고 조리를 돌렸습니다.

12·12쿠데타 이후 전두환 정권은 삼청교육대라는 만들어서 죄가 있고 없고 간에 눈에 안 들면 잡아다가 주리를 틀었습니다. 그럼 결과는 어떤가요. 대답할 필요도 없는 도로아미타불입니다. 인간은 그렇게 다스리는 게 아닙니다. 순리가 정답입니다.

문재인 변호사님.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법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감옥을 아무리 많이 지어도 죄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죄는 원래 있는 것입니다. 좋은 세상에는 죄가 줄어들고 죄질도 흉폭하지 않을 뿐입니다.

정치가 국민들에게 더 나빠질 수 없다고 할 정도로 불신을 받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가장 욕 많이 먹는 사람들이 정치인이라는 것을 자신들이 더 잘 알 것이라고 믿습니다. 어쩌다가 배지 하나 얻어 달고 설치는 국회의원들은 솔직히 처음부터 정치하면 안 될 사람들입니다.

원래 양반은 위험한 곳도 추한 곳도 가지 않는다는 옛말이 있고 그래서 문재인 변호사께서는 정치하라는 권유에 대해서는 불에 데기라도 한 듯 펄쩍 뛰신다고 이해합니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을 도와서 잠시 정치란 물에 몸을 적시셨다 해도 그것은 정치가 좋아서가 아니라 평생 동지인 노무현 대통령을 도와 그가 나라를 위해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 때문이었다고 나름대로 판단을 합니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고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 말했듯이 노무현 대통령은 문재인 변호사님을 온몸으로 신뢰했습니다. 비교적 가까이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뵐 기회가 있던 저는 변호사님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님의 마음을 비교적 아는 편입니다.

문재인 변호사님.

정말 어려운 세월을 보내셨습니다. 저같이 별것 아닌 인생도 이토록 못 견딜 지경인데 변호사님이야 오죽하겠습니까. 대통령님의 상을 치르시면서 눈물 한 방울 보이시지 않았지만 가슴속에는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음을 압니다. 국민들은 그런 변호사님을 보고 독한 사람이라고도 하고 가슴속에 큰 바위 같은 신념을 지닌 남자라고도 했습니다.


정치인들이 가장 애용하는 말 중에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참 좋은 말이고 좋은 일입니다. 굳이 부정할 이유는 없습니다만 더욱 더 정직한 말은 자신을 위하는 것입니다. 다음이 국가와 민족이 아닐는지요. 그러나 정말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많을수록 국민은 행복하지요.
‘나무는 가만히 있는데 바람이 가만두지 않는다’는 말은 조순 씨가 하신 말씀입니다. 세상이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은 맞습니다. 더구나 남에게 존경을 받는 사람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겠지요. 그래서 팔자라는 말도 나오고 운명이라고도 하는 것이 아닐는지요.

가진 것이라고는 나이 많이 먹은 것밖에 없고 변변치도 않지만 노무현 대통령을 만난 복이 있어서 세상과 사람을 보는 눈을 키웠습니다. 외람되지만 제게 후원회장을 해 달라는 정치인들도 제법 많습니다.

국민들이 많이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정치인들을 보는 눈도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그것이 바로 이번 4·27 재보선입니다. 또한, 사필귀정이란 말과 인과응보란 말이 맞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노무현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농부는 밭을 원망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옳기는 하지만 저는 밭을 많이 원망한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제 생각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4·27 재보선의 교훈은 소중합니다

국민은 눈이 밝습니다. 괜찮은 정치인 선택했습니다. 저마다 잘났다고 하지만 국민의 눈이 무섭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희망의 불씨입니다. 그러나 희망의 불씨를 잘 키우고 지키지 않으면 그냥 꺼진다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입니다.

축구나 럭비 같은 팀워크와 지도력이 필요한 운동을 해 봐서 좀 압니다. 지도자의 역할이 참 중요합니다. 특히 존경을 받는 지도자는 선수들의 역량을 경이적으로 향상시킵니다. 국가도 마찬가지죠.

이번 4·27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원인을 국민들은 뭐라고 할까요.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 판단은 정확하고 그래서 국민이 두렵다는 것이며 이번에 다시 한 번 증명해 보였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했지만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왜냐면 신뢰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고 오랜 세월동안 지켜본 다음에 내리는 결론이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패닉’현상에 빠졌답니다. 말이 그럴듯하게 패닉이지 실은 제정신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제정신 아니면 어떻게 되나요. 물인지 불인지도 모르고 옳고 그름을 판단 못 합니다. 그런 가운데 저만 살아남겠다고 아우성입니다. 비극적 종말을 예고하는 것입니다.

패닉은 마냥 좋아할 것만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상대가 강력할 때 힘을 모으겠다고 하다가도 상태가 힘이 쫙 빠지면 한 몫 챙기려고 합니다. 위기라고 해야 합니다. 균형이 깨지면 피차의 위기입니다.

4·27 재보선에서 김해를 문제가 처음부터 국민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친노 간의 갈등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도 있습니다. 전 그렇게만 생각지는 않습니다. 참여당에 있는 친노와 민주당에 있는 친노는 입장이 다를 수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의 정신은 친노 모두가 가슴 깊이 새겨야 하지만 정치행동은 서로 다를 수가 있습니다. 다만, 소속된 당이나 집단의 이익에 매몰되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너무나 복잡해서 조그만 갈등이 메울 수 없는 깊은 골을 팔 수도 있습니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았던 김해 들의 야당 후보 단일화를 문재인 변호사님이 이루어 냈듯이 남들이 과대 포장하는 친노 간의 갈등이라는 것도 사실이 아님을 보여주셔야 합니다.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제가 주장하는 정권교체는 절대 선입니다. 그러나 야당이 단합하지 않고는 절대로 이루어 낼 수 없습니다. 이루어 내는 역할을 문재인 변호사님이 맡아 주셔야 합니다. 국민들도 그것을 원하며 또 문재인만이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아무리 못된 정치인이라도 국민의 뜻과 대세를 어길 수는 없습니다.

죽으려면 무슨 짓은 못하느냐는 말이 있지만 실제 우리 정치인들 중에 죽을 용기를 가진 인물도 별로 없습니다.

문재인 변호사님.

정치를 멀리하는 신부 같은 문재인 변호사란 말을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싫은 것이야 도리가 있겠습니까만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은 대의와 명분입니다. 문재인 변호사님의 친구인 노무현 대통령님의 꿈인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어 내야 하는 대의와 명분은 거역할 수 없으며 거역해서도 안 됩니다.

이것이 바로 ‘운명’이란 것입니다. 국민과 노무현 대통령님의 염원입니다.


2011년 04월 30일
이 기 명(칼럼니스트)


# 이 칼럼은 저작권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