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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진실한 사과는 아름답다 [펌]

진실한 사과는 아름답다
대통령의 사과와 이정희의 사과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9-04)


촛불시위가 절정에 달한 2008년 5월22일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담화를 발표했다.

“국민에게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구하는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다시 6월19일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시가지를 메운 촛불 행렬을 보며 저 자신을 자책했다” “앞으로 정부는 더 낮은 자세로 더 가까이 국민에게 다가가겠다.”

사과의 뒷얘기가 무성했다. 밤늦은 시간 뒷산에서 ‘아침이슬’을 불렀다느니 들었다느니 다양했지만 그래도 국민들은 MB의 사과를 진정으로 받아들였다. 달라지려니 생각했다.

2년이 흘렀다. MB가 말했다.

“촛불시위 2년이 지났다. 많은 억측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이 무척이나 억울한 모양이다. 그럼 국민은 어떤 반응인가. 별로 대수롭게 느끼지 않는 모양이다. 시큰둥하다.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사람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야 한다. 특히 지도자의 말은 진실 자체여야 한다. 서글프다.

서론이 길었다. 서울에는 큰 건물이 많다. 효자동에 가면 청와대가 있고 광화문 인근에는 정부청사와 시청, 그리고 여의도에는 국회가 있다.

여의도 국회 옆을 지나가는 많은 국민들이 있다. 그 건물을 지나며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저 속에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고마운 분들이 계시구나! 고마워하고 있을까.

지난 2월 25일 국회에서는 ‘헌정회육성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뜬금없이 무슨 ‘헌정회 육성법’인가 할 국민이 있을지 몰라서 짧게 설명하면 국회의원 한 번이라도 한 사람이면 국회의원 그만둔 후 65세부터 죽을 때까지 매달 120만 원씩 공짜로 준다는 법안이다.

진짜 좋은 법안이다. 국회의원들한테는 말이다. 그러나 국민들 가슴에는 불을 질렀다. 참 뻔뻔스런 인간들 같으니. 아무리 자기들 손으로 법을 만든다 해도 이건 아니다. 국민들의 말이다.

파렴치 범죄를 저질렀든 반민주적 행태로 국민의 지탄을 받았던 금배지 한 번 달면 늙어서 평생 120만 원을 받는다니 참으로 부럽다. 이래서 국회의원 하려고 목을 매는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찬성을 한 187명의 대단한 이름을 쭉 훑어 봤다. 그러다가 깜짝 놀랐다. 이럴 수가. 이건 아닌데. 수도 없이 되뇌었다. 이정희 의원의 이름이었다. 이정희 의원이 찬성을 한 것이다.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국회는 조용했다. 모두가 재갈을 물었다. 그렇게 말 잘하는 의원님들이 벙어리가 됐다.


잘못했으면 사과하고 고쳐야 한다. 그는 잘못된 법안에 대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 발의에 필요한 의원 수 10명을 겨우 채웠다.
지난 9월 3일. 이정희 의원이 기자회견을 했다.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변명하지 않았다. 어째서 저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봤다. 이유라면 이유일 수 있지만 이유가 잘못을 면하게 해주지는 않는다. 무조건 잘못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도 “법안심사과정에서 잘못 처리된 법안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고 사과했다.

인간이 어느 정도의 잘못을 저지르면 용서를 받을 수 있을까. 인간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고 용서도 받는다. 그렇다면 누구를 용서할 수 있고 누구를 용서할 수 없는가.

안상수의 ‘명진스님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라는 거짓말과 병역기피 등은 그의 인생에 얼마가 진실인지 생각게 한다. 홍준표가 떠벌린 ‘노무현 관련 수백억 비자금 설’은 하나같이 거짓이었다. 말이 아니면 탄하지 말라고 했던가. 말을 안 하면 좀이 쑤시는가.

청문회에서 김태호가 한 셀 수도 없는 거짓말. 장관후보자들의 낯짝 두꺼운 거짓말. 조현오의 차명계좌 거짓말 등 이루 다 열거할 수가 없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자. 이승만은 6.25 전란 당시 서울사수를 약속하면서 자신은 대전으로 도망쳤다. 그래서 ‘비도강파’들은 빨갱이로 몰려 수 없이 목숨을 잃었다. 사과도 없었다.

박정희의 혁명공약도 새빨간 거짓이다. 혁명공양에 유신독재는 없다. 민간에게 정권이양 한다는 공약은 거짓이었다. 전두환은 5.18 광주 민주항쟁을 공산 폭도들의 폭동이라고 했다. 그의 평화의 댐은 기네스북에 오를 최고의 사기극이었다.

이들은 제대로 된 사과도 없었다. 사과를 해도 진실이 없었다. 거짓 사과였다. 국민은 안다. 사과가 진심인지 아닌지. 우리 국민들은 사과에 익숙했다. 사과에 대해서는 도사가 된 것이다.

MB가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747이 거짓임을 알았을 때 무엇을 느꼈을까. MB는 사과하지 않았다. MB는 아직도 4대강 개발을 운하라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은 안다. 국민은 하늘이니까. 천안함의 진실은 무엇인가. 진실인가 거짓인가. 왜 발표를 못 하는가.

이정희의 사과를 칼럼으로 쓰는 이유는 말하겠다. 진실한 정치인이라는 사실을 믿고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동두천 미군 기지촌에 혼혈소녀로 미군문제관련 인권에 눈을 뜬 이정희는 늘 소외당하는 사람들 곁에 있었다. 광화문 촛불 시위 때도 용산철거민 참사 때도 쌍룡자동차 분규 때도 국회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때도 그는 항상 현장에 있었다. 현장에서 아파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속에서 전경들에 의해 옷이 찢긴 채 팔다리가 들려 조현오의 말처럼 짐승처럼 울부짖을 때 국민들은 가슴이 시렸다. 청문회에서 장관후보자를 앞에 놓고 매섭게 추궁할 때 국민들은 체증이 가셨다.

대의를 위해 지난 6·2선거와 7.28 선거 때 야권연합과 공조를 했고 민주당이 광주에서 한나라당 2중대라고 할 때도 약속을 파기하지 않았다. 그것은 기존의 타락한 정치에 신물이 나던 국민에게 깊은 산 속에 한 모금 샘물 같았다. 그리고 경험은 좋은 스승이기 때문이다. 본의 아닌 한 번의 실수라 하더라도 그것은 스승이다.

민주당의 조랑말 경주가 시작된다고 한다. 도토리 키 재기의 시작이라고 한다. 모두가 부정적인 시각이다. 왜 그럴까. 바로 신뢰가 무너진 정치인들을 보는 국민들의 부정적 시각 때문이다. 조랑말들이 얼마나 국민에게 신뢰를 받고 있는지 생각해 봤는가.

왜 우리를 그렇게 보느냐고 원망하지 말라. 자기 사랑은 자기가 지니고 다닌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있다.

한 사람의 좋은 정치인이 보석처럼 귀한 이 나라에 이번 ‘헌정회육성법’ 찬성이라는 경험으로 이정희란 정치인이 다시는 매사에 소홀함이 없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것을 국민이 원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거짓말에 국민들은 너무 지쳤다. 이제 욕조차 하기가 싫다. 대통령의 말을 이토록 신뢰하지 않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뒷전에서 외무부 장관이라는 유명환은 자신의 딸을 보란 듯 외무부에 특채하지 않았는가. 대통령의 뒤통수를 강타했다.

정직하자. 진실하자. 벼락을 맞아 죽어도 국민들에게 정직한 모습 한 번 보여주자. 국민한테 칭찬 한 번 듣고 살아 보라.

 

2010년 09월 04일
이 기 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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