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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비판

'무신론자들을 위한 조직체', 미국과 호주로 확산

  올해 1월 영국에서 첫선을 보인 '무신론자들을 위한 조직체'가 미국과 호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코미디언 샌더슨 존스와 피파 에번스가 올 1월 런던에서 첫 무신론조직체를 만든 이후 10개월 만에 15곳으로 늘어난 영국에 이어, 아일랜드에서도 최근 1곳이 생겨났다. 미국에서도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지에 18곳의 무신론조직체가 생겼고, 호주에서도 시드니 등 6곳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전한 문화일보 기사는 '교회'라는 명칭을 사용했으나, 이 조직체의 정식 명칭은 '선데이 어셈블리(일요회합)'라고 한다. 종교를 가진 사람은 참석할 수 없는 이 회합에, 기독교 신앙을 같이하며 예배의식을 행하는 사람들의 조직체 또는 그 건물을 의미하는 '교회'라는 명칭을 쓴다는 것은 부적절하여, 나는 신문 기사와 달리 '조직체'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다. 
  이 조직체(선데이 어셈블리)는 매주 또는 격주 일요일에 무신론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노래를 부르거나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교분를 쌓는 방식으로 활동한다. 과학자, 철학자, 작가 등 다양한 인사들을 초청해 강연을 들으며. 신앙 대신 휴머니즘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종교와 다르다.  
  존스와 에번스는 11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6년 전 우연히 크리스마스 캐럴 콘서트에 갔다가 감동을 받은 적이 있는데, 교회의 좋은 점을 무신론자들이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선데이 어셈블리'를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이들은 '선데이 어셈블리'를 확산시키기 위한 자금 80만 달러를 모으기 위해 현재 미국 등 각국의 40개 도시를 도는 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한다. 

  지난해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의 저자로서 "런던 금융가에 무신론자들을 위한 사원을 짓겠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던 스위스 출신의 영국 작가 알랭 드 보통은 "리처드 도킨스 등 일부 저명한 무신론자들이 너무 과격하게 기존 종교를 공격하는 바람에 무신론자들에 대한 이미지가 잘못 형성돼 버렸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최근 '선데이 어셈블리'의 인기에 대하여는 "내 아이디어를 훔쳐갔다"며 오히려 불편한 심경을 나타냈다고 한다.
  '선데이 어셈블리'의 목표는 '더 나은 삶, 타인에 대한 배려, 삶에 대한 더 많은 호기심'이라고 한다. 무신론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적지 않은 영국과 미국에서 '선데이 어셈블리'는 큰 반향을 일으켰고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고 한다. 그러나 무신론자들 모두가 이를 반기는 것은 아닌가 보다. "무신론자들이 교회 같은 조직을 만들어 회합을 갖는 것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며 일부 무신론자들은 '선데이 어셈블리'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전투적 무신론자로서 <만들어진 신>의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도 "무신론자들에게 교회나 사원은 필요없다. 무신론 확산에 돈을 쓰고 싶다면 비판적이고 이성적인 교육을 강조하는 학교를 세우라"고 주장한 바 있다. 

  나는 무신론조직체의 확산은 반기지만, 이런 회합이 알랭 드 보통이 주장하는 방식의 사원이라면 찬성하지 않는다. 그러나 종교적인 형태의 의식이나 형식을 배격하고 '선데이 어셈블리'처럼 '더 나은 삶, 타인에 대한 배려, 삶에 대한 더 많은 호기심'에 목표를 두고 휴머니즘을 추구하면서, 회원끼리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과학자, 철학자, 작가 등 다양한 인사들을 초청해 강연을 들으며 서로 교분를 쌓는 회합이라면 반기지 아니할 까닭이 없다.   

 

          [참조 기사] 문화일보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111401031532071003

             [관련 글] 반기독교진보시민회 http://cafe.daum.net/banjinsi/gPfo/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