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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비판

유신론과 무신론 그리고 불가지론

신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답은 '있다'와 '없다' 둘 중 하나이다. 신은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다고 말한다면 이는 답이 아니다. 또 신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면 이것도 답이 아니며, 단지 답을 잠시 보류하는 것일 뿐이다.

 

신이 있다는 주장은 유신론이요, 없다는 주장은 무신론이다. 잘 모르겠다는 말은 불가지의 입장이라 하겠는데, 이는 신이 있거나 없거나 답은 둘 중 하나인 것이 분명하지만, 지금은 증거가 부족하여 이것인지 저것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다거나 어쩌면 영원히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유신론이나 무신론의 주장은 이론이 될 수 있지만, 신의 존부에 대한 불가지의 입장은 이론이 될 수 없다. 따라서 불가지론이라고 하면 안된다고 본다.

 

그럼 유신론과 무신론은 서로 맞서는 대등한 이론일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무신론은 유신론에 맞서는 주장이긴 하지만, 엄밀히 말해 무신론은 유신론과 대등한 이론은 아니다. 그것은 신이 있다는 유신론적 입장에 비해 그런 입장의 이론 또는 주장을 과학적이거나 합리적인 근거를 들어 일일이 반박하는 것이 무신론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즉 유신론자는 신이 있다는 주장을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입증하여야 하지만, 무신론자는 신이 없다는 것을 증거를 통해 적극적으로 입증하여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신이 없다는 것을 무슨 수로 입증하겠는가?

 

유신론을 주장하는 쪽에서 신이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무신론 쪽에서 신이 없다는 것을 따로 증명하지 않아도 신은 결국 없는 것이 되고 마는 것이다. 무신론은 유신론의 주장 근거를 깨거나 허약하게 만드는 주장으로 반박을 하면 그것만으로 족한 것이고, 유신론에 맞서 무신론의 주장 근거를 이론화하여 따로 제시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유신론의 주장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어야 하지만, 무신론의 주장은 과학적으로 입증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설사 무신론의 주장이 아무리 허술하다 해도 유신론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은 결코 아니며, 또한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으려는 불가지의 입장도 옳은 것이 아니다.

 

  - 다음 카페 '반기독교진보시민회'에 올린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