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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비판

기독교 신앙과 지성

신은 어찌 이리도 그녀에게 가혹한 것일까?"

저지난해 어느 여자 목사의 죽음에 대해 한 기독교 선전 누리집이 이렇게 표현했다.

그 이름「천국 네비게이션」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 이름이다.

원어가 'navigation'이니 '비게이션'이 아니라 '비게이션'이 맞는 말이긴 하지만.

운전자가 모르는 길을 정확히 안내해 주는 게 내비게이션이니, '천국 내비게이션'이라면 신자들을 천국까지 정확히 인도할 터.

기독교 선전 누리집의 이름으로는 이만한 게 없을 듯 싶다.

 

한국의 문호 이어령의 맏딸 이민아.

22살에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조기 졸업하고, 26살에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로스앤젤레스에서 검사와 변호사로 활약했던 그녀.

1992년에 세례를 받았고, 2009년에는 목사 안수를 받아 정식 목사가 되었다.

결혼 5년만의 이혼, 암 발병, 둘째아들의 자폐증, 실명 위기, 큰아들의 갑작스런 죽음, 그리고 삶의 마감.

"살아생전 이민아 목사에게는 시련이 일상으로 여겨질 정도였다"고 이 누리집에서 표현했을 정도로, 굴곡의 삶을 산 이민아(1959~2012)의 53년 인생사다.

그녀는 생전에 "병원에선 가망 없다고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가장 빠른 치유의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으나, 끝내 암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한국의 지성이라고 일컬어지던 이어령은 당시 시력을 잃어가는 딸을 위해 기도하고 2007년에 교회에서 세례까지 받았지만, 아버지의 이런 신앙도 딸의 불행을 막지는 못했다. 

왜?

위 누리집의 표현처럼 신이 가혹했던 것일까?

그게 아님은 분명하다.

신은 허구여서 어떤 개인사에도 간섭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은 너무나 합리적이다. 불행한 일이 우연히 겹쳐 일어난 것일 뿐.

 

허구를 합리화하려면 여러 가지 변명거리가 필요한 법이다.

「지성에서 영성으로」

이어령이 세례를 받기 전인 2004년부터 세례를 받은 2007년까지 그의 일기, 강연, 인터뷰 글 등을 정리해 펴낸 책으로, 2013년에 발간되었다.

신앙으로 재앙을 막지 못했으니 그가 신앙하는 신은 허구임이 분명한데도, 자신의 신앙을 놓지 못하고 변명하려니 화려한 문학가적 수사가 필요했을 터.

'영성'

신령한 품성, 신기하고 기묘한 품성이라니.

이상한 것에 의지하고 매달리는 심리적 상태, 이는 지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정신적 기능- 지성을 무디게 한다.

영성을 기반으로 하는 신앙은 그래서 반지성이며, 그의 책은 '지성에서 반지성으로'에 다름 아니다.

신앙이 지성을 망가뜨렸다.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말처럼, 신앙은 모든 것을 망가뜨린다.

 

 

                     출처:  [종교는 모든 것을 망가뜨린다]  http://cafe.daum.net/banjinsi/gPdH/149